좋은 아침
- 김동균
아침이 필요하면 구두를 신는다. 구두를 신으면
아침이 온다. 구두를 벗고 나면 일과가 끝난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군요. 아침은 식상해.
이 구두를 너무 많이 신은 거야. 구두를 바꾸자. 새
구두를 신고 건물에 들어서면 "좋은 아침입니다"
누가 인사를 한다. 이 구두가 가볍다는 말이 정말
인가봐. 가방을 내려놓고 옆자리에 앉는다.
의자를 바투 당기고 다들 즐거운 일에 몰두하고
있군요. 구름이 걷히고 구두는 의자와 책상 형광
등 그리고 천장 일부를 비춘다. 비로소 구두가 사
라지나 봐. 그들처럼 나도 몰두하게 되나 봐.
나직하게 말한 것 같은데 모조리 나를 쳐다보는
아침. 이런 게 아침이라면 저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좋은 아침입니다."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 금시아 (3) | 2024.10.07 |
---|---|
바게트 / 기원석 (2) | 2024.10.02 |
무진정 / 주선화 (0) | 2024.09.28 |
작은 울림이 흐르는 / 주선화 (0) | 2024.09.21 |
다리가 긴 빗방울들 / 안주철 (0) | 2024.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