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트
-조온윤
어떤 때는 한 사람 같고
어떤 때는 두 사람 같다
교차된 두 팔이
한 사람이 팔짱 낀 모습처럼 보이다가
두 사람이 껴안은 것처럼도 보인다
갈라진 얼굴이
한 사람의 정면 같기도
두 사람의 옆면 같기도 하다
꼭 감은 두 눈은
혼자만의 것으로도 보이고
때로는 왼쪽과 오른쪽이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가진 것으로 보인다
손에 쥔 구슬은
하나인 듯 둘 같은 몸피의 유일한 눈알
어느 쪽이 눈을 뜰까
어느 쪽과 마주 칠까
그것을 볼 때면
부족한 이목구비를 붙여주고 싶은 가여움과
차라리 갈기갈기 오려내고 싶은 두려움의 양가감정이 든다
그림 앞에서 오묘한 표정을 짓는
관람객에게 문제를 낸다
이 그림은
온전한 한 사람일까요
눈알 하나를 돌려쓰는 두 괴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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