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이름 -박소란 머리맡에 한 점 빛이 걸려 있다자다 깬 자리에벽을 곧추세우는 맑은 얼룩 어디서 나타난 빛인가새인가날다 날다 문득 여기까지 왔구나 낡은 스탠드처럼 척추가 굽은 새그 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나의 새, 라고 해도 될지 배운 적 없는 이름을 기억해 내려 오늘은 조금 걸어야겠다마트에 가서 과일을 고르고 저녁에는 새 밥을 지어야겠다쌀을 씻을 때 흐르는 보얀 물을 손으로 가뜩이 떠서 마셔도 보고 나아야겠다 한 마리 새를 얻어 벽에 걸어 두었으니날개를 보기 좋게 손질해 못을 박아 두었으니 이슥한 밤에도 사라지지 않도록 새야, 새야, 부르면비명처럼 찬란한 피를 쏟고 으스러진 날갯죽지를 푸드덕거리고 벽 가득 번져 흐르는 글씨유심히 들여다보면아직 남은 약간의 아침, 부신 눈을 비비다 보면 창,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