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남신문 수필 아버지와 바다 / 조춘희 아버지, 수면을 두드리지 마세요 수평의 긴장을 간신히 지탱하는 해저의 섬과 섬 사이 안간힘을 보세요 아버지, 낚싯줄을 던지지 마세요 거멀못 박아둔 자리 새물이 차올라 파도는 푸른 비린내 바다를 토막내어요 아가야, 염려말고 바다를 보아라 달을 안고 뒤척이는 바다의 .. 시조 2010.01.03
비빔밥 비빔밥 / 김영재 섞일수록 거침없이 섞어야 비빔밥이지 새록새록 맛이 도는 고추장과 참기름 너와 나 뒤범벅으로 뒤섞일 수 있는 양 볼이 미어지게 쓰윽싹 몰아넣는 비빔밥이 되려면 통하라 무조건이다 몸 따로 사랑 따위는 한 줄 연애도 아니다 겨울 녘 등불 아래 기러기 시린 발 본다 내 발이 시린 .. 시조 2009.12.18
봄날 3 /이종문 봄날 3 / 이종문 칼날에 처형당한 채 요리조리 꿈틀대는 산낙지 접시 속에 동백꽃 뚝, 뚝, 진 다. 시퍼런 봄날 白書에 붉은 피 낭자하다. 시조 2008.05.28
봅날 /이종문 봄날 /이종문 이 세상 천지간에 봄이 불쑥, 찾아와서 아닌 밤중 홍두깨로 박태기꽃 울컥, 피고 어머니. 흑,흑, 우신다. 가슴이 처어ㅡㄹ렁 한다 시조 2008.05.28
중앙일보 시조 당선작 활 - 정상혁 '활'하고 무사처럼 차분히 발음하면 입 안의 뼈들이 벼린 날처럼 번뜩이고 사방은 시위 당겨져 끊어질듯 팽팽하다 가만히 입천장에 감겨오는 혀처럼 부드럽게 긴장하는 단어의 마디마디 매복한 자객단처럼 숨죽인 채 호젓하다 쏠 준비를 하는 순간 모든 게 과녁이다 호흡 없던 장면들을 노.. 시조 2008.01.21
장작 / 정경화 장작 정경화 그대에게 가는 길은 내 절반을 쪼개는 일 시퍼런 도끼 날이 숲을 죄다 흔들어도 하얗게 드러난 살결은 흰 꽃처럼 부시다 그대 곁에 남는 길은 불씨 한 점 살리는 일 바람이 외줄을 타는 곡예 같은 춤사위에 외마디 비명을 감춘 채 아낌없이 사위어 간다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은 기어이 재가 .. 시조 2008.01.17
2008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염전에서 / 김남규 오늘도 서산댁은 낮은 바다 막고 선 채 뒤축의 무게로 새벽 수차를 돌린다 바람은 빈 가슴 지나 먼 바다를 일으키고 지친 오후 밀어내고 살풋 잠이 들자 잠귀 밝은 수평선 해류 따라 뒤척이며 뒤틀린 창고 이음새, 덴가슴도 삐걱인다 남편은 태풍 매미에 귀항하지 못했다 소금기 절.. 시조 200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