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오메, 징 한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함지박에 들었고요 산수유. 개나리는 하필 왕릉 길에 널브러졌다요 앗따, 그 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짐짓 모른척 키득이고요 첫 햇살로 세안한 연초록의 구애에 나는, 이내 자결한 향기처럼 길을 잃고 말았는데요
인생사 일장춘몽, 연신 혀를 차시던 할매 흰 머리 소년과 화무십일홍에 바람이 나서는 이 잡것들아, 거시기 그래도 봄날, 꽃 사태는 보고 살라 딴청이네요 근디 이건 또 뭐라요 길 모퉁이 저 함초롬한 꽃다지며 민들레꽃 하필 개나리 앞을 까치발로 서성이는 이유며, 자목련 그늘 아래 제 고깔을 뽐내던 제비꽃 뒷 감당 어쩌려고 빛깔로 견주자 깐죽대는지요
이렇게 대책 없는 봄날 영산홍 치마폭을 한사코 들치던 지빠귀들이 봄날의 금침 속으로 날아간 뒤 길을 잃은 저, 바람꽃을 병풍 삼아 작심하고 누워 버렸지요 인자는 님도 몰라요 행여, 제가 그리웁다면 사월의 사거리로 오셔서 한 열흘 곁에 누워 그냥, 꽃 이름도 묻지 마세요 바람의 손으로 꽃잎을 내리는 날까지 꽃동산 난장 아래 사랑도 詩도 잠시 내려놓자고요
제4회 천상병 문학제 귀천 문학상 수상 작품
06. 4 . 12 , 백애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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