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주선화 2009. 11. 10. 14:06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오메, 징 한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함지박에 들었고요           산수유. 개나리는 하필 왕릉 길에 널브러졌다요           앗따, 그 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짐짓 모른척 키득이고요           첫 햇살로 세안한 연초록의 구애에 나는,           이내 자결한 향기처럼 길을 잃고 말았는데요

          

           인생사 일장춘몽, 연신 혀를 차시던 할매           흰 머리 소년과 화무십일홍에 바람이 나서는           이 잡것들아, 거시기            그래도 봄날, 꽃 사태는 보고 살라 딴청이네요           근디 이건 또 뭐라요           길 모퉁이 저 함초롬한 꽃다지며 민들레꽃           하필 개나리 앞을 까치발로 서성이는 이유며,           자목련 그늘 아래 제 고깔을 뽐내던 제비꽃           뒷 감당 어쩌려고 빛깔로 견주자 깐죽대는지요

         

           이렇게 대책 없는 봄날           영산홍 치마폭을 한사코 들치던 지빠귀들이             봄날의 금침 속으로 날아간 뒤 길을 잃은 저,           바람꽃을 병풍 삼아 작심하고 누워 버렸지요            인자는 님도 몰라요           행여, 제가 그리웁다면 사월의 사거리로 오셔서           한 열흘 곁에 누워 그냥, 꽃 이름도 묻지 마세요           바람의 손으로 꽃잎을 내리는 날까지            꽃동산 난장 아래 사랑도 詩도 잠시 내려놓자고요

 

 

        

           제4회 천상병 문학제 귀천 문학상 수상 작품

           06. 4 . 12 ,  백애 김원식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죽령  (0) 2010.02.26
똥파리  (0) 2009.12.31
우리 시대 작가 열전 (정호승)  (0) 2009.07.28
경남 청소년 고등부 운문 대상  (0) 2009.06.27
鳥葬(조장)  (0) 2009.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