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축산물 등급 판정소
줄지어선 돼지들
죽어야만 받는 등급
우리 동네
상봉동 명문 고등학교
붙어 앉은 아이들
살기 위해 받는 등급
살만 쪄라
한 평 남짓 우리 속
주는 것만 받아먹는
두 다리가 무색한 비곗덩어리
공부해라
작은 감옥 교실
껍데기만 외우며
나이가 무색한 목각인형
결국에는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기 위함임을
돼지에게 등급이 무슨 의미랴
내 것인 듯
인생의 열쇠라 하지만
거대한 톱니바퀴의
삐걱이는 한 조각일 뿐
등급 따라
팔려가는 돼지
등급 따라 팔려가는
우리들의 모습
고사 상 위
마주치는 눈빛
고무처럼 굳은 돼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천혜리(진주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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