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김수영
그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자
한때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던
주름진 미간이 떨린다
두 줄 현 위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죄었다 풀며 현 위를 구르는 소리가
그를 이 세상 밖으로 밀어낸 건 아닌지
그가 빠졌던 숱한 구렁
그 굽이에서 건져올리는 저 질긴 소리
굿판에 서지 않으면 온몸이 시름인
저 늙은 년의 굿에는 마른천둥이라도 불러야지
숨가쁜 북장단에 무당은
시퍼런 양날 작두 위에 서고
그는 한치 재겨 디딜 데 없는
두 줄 현 위에 서서 먼 곳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