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 (鳥葬)/ 김선태
티베트 드넓은 평원에 가서
한 사십대 여인의 장례를 지켜 보았다.
라마승이 내장을 꺼내어 언저리에 뿌리자
수십 마리의 독수리들이 달겨들더니 삽시에
머리카락과 앙상한 뼈만 남았다. 다시
쇠망치로 뼈를 부수어 밀보리와 반죽한 것을
독수리들이 깨끗이 먹어치웠다. 잠깐이었다.
포식한 독수리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의식은 끝났다. 그렇게 여인은 허, 공에 묻혔다
독수리의 몸은 무덤이었다. 여인의
영혼은 무거운 육신의 옷을 벗고
하늘로 돌아갔다. 독수리의 날개를 빌려 타고
처음으로 하늘을 훨훨 날 수 있었을 게다.
장례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는 유족들은
울지않았다. 침울하지 않았다. 평온했다
대퇴골로 피리를 만들어 불던 스님의 표정도
경건했다. 믿기지 않았다
살아생전 못된 놈의 시신은 독수리들도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들은 그럴 때만 슬퍼한다고 했다.
언덕길을 내려오다 들꽃 한 송이를 보며
문득 죽은 여인을 떠 올렸다. 그러고 보니
평원의 풀과 나무들도, 모래알도, 독수리도
그냥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어귀에 이르자 꾀죄죄한 소년들이
허리를 굽히며 간절하게 손을 내밀었다.
삶과 죽음이 한통속이었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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