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 주선화
비사벌 나들이 삼아 고속도로를 달렸다
간이 떨어졌다
콩알만 했다.
놀란 것도 순식간,
고속도로를 도박도박 걸어가는 녀석
죽음을 추월한,
저 각진 걸음걸이
평야에서 이것까지 날아오는 도안
날갯짓이 수천수만이었을,
죽음의 고비 또한 얼마나 넘겼으면
저리 의연할까?
잠깐만 한눈팔아도 오금이 저리는 고속도로
문득
고개들어 하늘보니
날개 편 검은 큰 새
활짝 날은다.
* 경남문학 88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