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09년 토지문학상

주선화 2009. 10. 12. 11:17

물 한 모금 / 김영

 

 

해수욕장 폐장하는 날 비가 내렸다

내 모래 무덤에도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봉분을 찔러댔지만

뜨거운 모래 속의 알몸은 안전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메마른 대지에 퍼붓는 욕지거리

메우지 못한 웅덩이마다 욕창이 덧나고

푸른 상처가 너덜거리는 바다엔

발굴되어 허물어진 귀

또렷하게 젖어가는 증거물들

자정으로 가는 빗소리는 가파르고 촘촘했다

밤새 뒤척이며 뒤적였지만

빗소리가 지닌 혐의는 찾을 수 없었다

한 나절 태양이면

빗물이 충분히 증거를 말릴 수 있는 시간

문득 목이 말랐다

지독한 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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