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모금 / 김영
해수욕장 폐장하는 날 비가 내렸다
내 모래 무덤에도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봉분을 찔러댔지만
뜨거운 모래 속의 알몸은 안전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메마른 대지에 퍼붓는 욕지거리
메우지 못한 웅덩이마다 욕창이 덧나고
푸른 상처가 너덜거리는 바다엔
발굴되어 허물어진 귀
또렷하게 젖어가는 증거물들
자정으로 가는 빗소리는 가파르고 촘촘했다
밤새 뒤척이며 뒤적였지만
빗소리가 지닌 혐의는 찾을 수 없었다
한 나절 태양이면
빗물이 충분히 증거를 말릴 수 있는 시간
문득 목이 말랐다
지독한 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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