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수감되다 / 김솜

주선화 2018. 11. 20. 10:27

수감되다

                    김솜



이사 온 지 이틀

베란다에 나섰다가 문이 잠겼다

새집은 아직 새 주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를 베란다에 가두었다

1초 만에 덜컥


유리창 너머 렌지 위에는 곰솥이 끓는데

식탁 위 휴대폰이 내게로 손을 내미는데

얇은 유리문 한 장이 성벽이다


노란 별을 자책으로 읽는 밤

어둠이 전신주 아래 고양이를 덥썩 물고


정숙자의 사진 "1초 모으기"를 읽다가

층층이 쌓인 어둠 속 1초는 어떤 모습인가


으스스 한기가 밀려오고

나는 줄곳 1초씩 밀어냈다


곰솥이 졸고

맞은편 건물에서 잠을 깬 비둘기들

각자 1초씩 물고 푸드득 날아간다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프랑스어 수업 / 김경미  (0) 2018.12.19
1초 혹은 2초 사이를 지나가는 태풍/ 정숙자  (0) 2018.11.20
금방 / 이순현  (0) 2018.02.08
라면은 나쁘다 / 김륭  (0) 2016.11.19
새 / 이일림  (0) 201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