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되다
김솜
이사 온 지 이틀
베란다에 나섰다가 문이 잠겼다
새집은 아직 새 주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를 베란다에 가두었다
1초 만에 덜컥
유리창 너머 렌지 위에는 곰솥이 끓는데
식탁 위 휴대폰이 내게로 손을 내미는데
얇은 유리문 한 장이 성벽이다
노란 별을 자책으로 읽는 밤
어둠이 전신주 아래 고양이를 덥썩 물고
정숙자의 사진 "1초 모으기"를 읽다가
층층이 쌓인 어둠 속 1초는 어떤 모습인가
으스스 한기가 밀려오고
나는 줄곳 1초씩 밀어냈다
곰솥이 졸고
맞은편 건물에서 잠을 깬 비둘기들
각자 1초씩 물고 푸드득 날아간다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프랑스어 수업 / 김경미 (0) | 2018.12.19 |
---|---|
1초 혹은 2초 사이를 지나가는 태풍/ 정숙자 (0) | 2018.11.20 |
금방 / 이순현 (0) | 2018.02.08 |
라면은 나쁘다 / 김륭 (0) | 2016.11.19 |
새 / 이일림 (0) | 2015.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