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 이순현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께
블라인드의 눈근 사이로
금방이 오고 있을 바깥을 내다본다
말들의 덤불 속에
그는 있다
얼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들이 줄줄이 추락한다
금방 갈께
ㅁ이 녹아내리는 듯
금방은 금방금방 뒤로 밀려나고
젖은 샌들에 나비 한 쌍
꿈결인 듯 그늘을 향해 날개를 펼칠 때
빗줄기는 줄기차게 금방의 바닥으로 착지한다
각이 진 얼음은 알고 있다
금방은 그와 동행할 수 없다는 것을
불빛은 행인들에게 이식되며
인간으로 부활하다 금방금방 스러지고
금방, 하나만을 품은 눈이
블라인드를 벌리고 내다 본다
우주 미아처럼 막막하게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초 혹은 2초 사이를 지나가는 태풍/ 정숙자 (0) | 2018.11.20 |
---|---|
수감되다 / 김솜 (0) | 2018.11.20 |
라면은 나쁘다 / 김륭 (0) | 2016.11.19 |
새 / 이일림 (0) | 2015.12.05 |
멸치 / 박서휘 (0) | 201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