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옥수수 껍질 / 주선화

주선화 2020. 12. 15. 10:17

옥수수 껍질

 

ㅡ 주선화

 

 

삶은 옥수수 알갱이 한 알씩 돌려 껍질을 빼고 먹는다

껍질이 잇몸 고랑에 끼는 게 싫다

 

창밖엔 모르는 얼굴이

모르는 채로 지나가고

 

옥수수에 매끄럽게 빛나는 껍질 같은 얼굴이

모르는 얼굴처럼 낯설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읽고 댓글에

도장을 꾸욱 누른다

 

서른여섯에 죽은 언니를 대신해 이혼 확정을 지어 달란다

살갗이 돋도록 맞다가 이혼도 못 하고 죽었단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시나브로 행해지는 저 수많은 고통

 

오늘 아침,

씹히지 않은 껍질처럼 까끌까끌 이는 잇몸들

 

 

 

* 경남문학 겨울호 발표 (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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