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먼 길 / 문수영

주선화 2021. 1. 7. 10:24

먼 길

 

ㅡ 문수영

 

 

먼지를 닦아내고 허전함 걷어내고 그림을 걸기 위해 벽에다 못을 칩니다

아무나 가 닿지 못할 허공인 줄 모르고

 

버티는 벽 속엔 무엇이 숨어 있기에 번번이 내 마음 튕겨져 나오나요?

액자 속 망초꽃들은 우수수 지는데 .......

 

어쩌면 나 모르는 박쥐의 집이 있어 햇살에 눈이 부셔 창문을 닫은 걸까요

오늘도 몸 웅크리며 밤이 오길 기다리며

 

어둠 하나 보지 못한 그런 눈을 갖고서 날마다 겉모습만 꾸미고 살았으니

한 뼘도 안되는 거리가 참 아득한 강입니다

 

비지땀 흘리면서 내일은 산에 올라 내 안에 흐린 안개 죄다 풀어내고 싶습니다

발 뻗고 누웠던 집이 상처 위에 핀 꽃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