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목욕탕
-팽샛별
커다란 냄비에 물을 올려요
보글보글
물이 춤추는 소리
푸른 수염 늘어뜨린 청경채 풍덩
빼빼다리 노란 신발 콩나물은 살랑살랑
이번엔 누구일까?
발그레한 홍당무 슬금슬금
파마머리 브로콜리 풍덩
야채친구들 몰래
둥그런 흰색 모자 쓴 팽이버섯 와르르르
야채버섯 친구들
참 따뜻하겠다
아니다,
우리 할머니처럼 시원하다고 말할까?
쫑쫑쫑 봉선화
여름 담장 아래 피었다
누가 누가 키 크나?
연지색 봉선화
깨금발 몰래 들었다
무슨 이야기 들으려고?
자주색 봉선화
닿을랑 말랑 고개를 쭈욱 뻗었다
담장 너머 누굴 좋아하니?
진분홍 봉선화
삐죽빼죽 섰다
지나가던 구름이
바람을 후후후ㅡ
키득키득 봉선화 간지럼 탄다
봉선화 춤춘다
웃음소리 물든다
잠이 달아났어
얼룩점박이를 두고 간 치타보다
빨리
더 빨리
어둠 속에서
두 눈만 말똥말똥
오른쪽으로 누워도
왼쪽으로 누워도
잠은 멀리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간 거니
남극까지 가서 얼어버렸니
펭귄이랑 뒤뚱뒤뚱 걷고 있니
까만 밤을 접어서
종이학을 날려
달아난 잠 잡아볼까
큰일이다
내일은 새학기 첫날인데
달아난 잠은 다시 돌아올까
침대 밑에서 찾은 연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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