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거리네
조창환
범생이가 건들거리며
땅끝마을 바닷가를 거닐고 있네
바람도 없는데
파도도 조용한데
아직 못 해 본 일 많은데
범생이는 건들거리네
벙거지 눌러쓰고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제멋대로 건들거려보네
막힌 데 앞에서 돌아갔고
허물지 못하고 비켜 갔던
범생이의 한 생은 후회가 많아
제 몸 하나 건들거려보는 일에도
흥이 솟네
평생 못 안아본 사람
안아보고 싶기도 하고
평생 못 만져본 고래
만져보고 싶기도 하지만
부질없고, 헛대고, 망령스러워
다 잊어버리기로 하네
잊어버리고
그냥 건들거리기만 하기로 하네
새의 춤
빨간 발끝으로
모래톱에 얉은 지문을 남기며
새는 작은 공처럼 튀어간다
비눗방울 같다
새가 추는 춤
꽃그늘 흩트리는 발레리라 같고
암각화에 찍혀진 고래 숨소리 같다
그렇지? 거기 환하게 철썩거리는
파도 있고, 모래 있고, 바람도 있지?
하늘에서 보리쌀만한 그늘들
후드득 쏟아질 때
그것이 춤인 줄도 모르는 채, 새는
천진하고 무심하게 통통통 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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