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미로 / 주선화

주선화 2025. 6. 6. 17:16

미로

 

-주선화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거리는데

신발이 젖고 있는데

배도 고픈데

아이들 밥 챙겨줘야 하는데

집에 불도 때야 하는데

 

왜 이렇게 춥지?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엄마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나는 배가 고프고

엄마는 언제 오나

잠이 오는데

깜깜해지는데

무서운데

 

오랜 기억은 가깝고

가까운 기억은 자꾸 달아난다

내 아이의 엄마와 내 엄마의 아이 사이는

자꾸 희미해지고

나는 지금

엄마일까

아이일까

어디가 어디일까

언제는 언제일까

 

 

*2025년 여름호 문학 수(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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