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주선화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거리는데
신발이 젖고 있는데
배도 고픈데
아이들 밥 챙겨줘야 하는데
집에 불도 때야 하는데
왜 이렇게 춥지?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엄마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나는 배가 고프고
엄마는 언제 오나
잠이 오는데
깜깜해지는데
무서운데
오랜 기억은 가깝고
가까운 기억은 자꾸 달아난다
내 아이의 엄마와 내 엄마의 아이 사이는
자꾸 희미해지고
나는 지금
엄마일까
아이일까
어디가 어디일까
언제는 언제일까
*2025년 여름호 문학 수(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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