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먼지버섯

주선화 2008. 10. 6. 09:29

먼지버섯 


  그녀 숲속으로 조신조신 들어갔네 암울했던 세월 거두어 입이 있어도 말 못하고 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벙어리 십여 년 청산하고 초원 속 한 줌 먼지로 남을지언정 풀뿌리 캐어먹고 새소리 들으며 두더지와 얘기하며 밤 새워도 좋아


  그녀 물속으로 자박자박 들어갔네 마음의 때 벗기고 벗겨 모두 물속에 풀어헤치고 비워내고 게워내고 흔들어내어 그 위 그냥 누워도 좋아 관을 쓴 머리위로 쏟아지는 빛들이 한순간 사라져버려도 그냥 그대로 살아도 좋아


  그녀 귀를 씻네 흔들어 물길 치네 세상의 잡다한 소리들 흘러 보내네 들리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두 귀 사이로 물길 흐르네 흘러가는 대로 비워두면 솜털 먼지찌꺼기까지 날아 날아도 좋아


2008 시애 발표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탄 아룸  (0) 2008.10.07
풍화리 5  (0) 2008.10.07
계단 / 주선화  (0) 2008.02.14
후보자들을 아이들을 좋아한다 / 주선화  (0) 2008.02.13
씨발 / 주선화  (0) 2008.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