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타이탄 아룸

주선화 2008. 10. 7. 11:05

타이탄 아룸* / 주선화

 

 

나이 마흔이 되어 꽃을 피웠다

그대가 내게 준 마흔 송이 붉은 장미가 아닌

홀로서기로 우뚝 피워낸 꽃

세상에서 가장 큰 꽃

사흘이면 사라질 꽃

죽음을 기다리며 피는 꽃

 

오래된 주검에서 썩은 악취가 난다

벌레를 불러들인다

염(殮)보다는 코를 틀어막고

서성이는 것으로 만족한다

세상이라는 큰 도시에서

혼자는 외롭다

 

오늘은 하얀 꽃

내일은 붉은 꽃

그대가 나였다가

내가 그대였다가

 

사람들은 나를 시체꽃이라 한다

딱정벌레나 파리만 좋아한다

향기를 내 뿜는데

썩은 향기라, 그래도

나이 마흔에 처음 피워 보는 꽃

죽음을 기다리며 피는 꽃

 

 

 

* 시체꽃

 

2008 마산 문학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모사  (0) 2009.01.13
여름  (0) 2009.01.13
풍화리 5  (0) 2008.10.07
먼지버섯  (0) 2008.10.06
계단 / 주선화  (0) 200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