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아룸* / 주선화
나이 마흔이 되어 꽃을 피웠다
그대가 내게 준 마흔 송이 붉은 장미가 아닌
홀로서기로 우뚝 피워낸 꽃
세상에서 가장 큰 꽃
사흘이면 사라질 꽃
죽음을 기다리며 피는 꽃
오래된 주검에서 썩은 악취가 난다
벌레를 불러들인다
염(殮)보다는 코를 틀어막고
서성이는 것으로 만족한다
세상이라는 큰 도시에서
혼자는 외롭다
오늘은 하얀 꽃
내일은 붉은 꽃
그대가 나였다가
내가 그대였다가
사람들은 나를 시체꽃이라 한다
딱정벌레나 파리만 좋아한다
향기를 내 뿜는데
썩은 향기라, 그래도
나이 마흔에 처음 피워 보는 꽃
죽음을 기다리며 피는 꽃
* 시체꽃
2008 마산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