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첫 번째 손가락이 수화를 시작한다
때로는 조급하게 때로는 다른 요일처럼
손끝에서 피어나는 눈부신 말들
잠시 꽃잎에서 멀어진
우리들의 눈빛은 서로를 향해
두 번째 말인 것처럼 앞서서 부서지고 있다
조금씩 망설이다
다음 말들은 어디까지 날아가서
누구의 마음속에 다시 또 불을 지피나
봄날은 한정 없고
피었다 지는 것도 모두 절규인데
생존본능
어둠이 단단한 뼛속을 걸어서 온다
어떤 힘센 이의 본능으로도 부러뜨릴 수 없는 밤을 지나
뻔하지 않게, 뻔뻔하지 않게
생존을 뿌리내리면서
무서워서가 아니라 발설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먼저 짖어보는 개의 심정으로
어둠이 어둠을 삼킨다
목숨을 건다는 건 캄캄한 어둠속을 뚫고 나오는 일
* 우리시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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