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목련 / 주선화

주선화 2017. 9. 6. 10:37

     목련

 

 

첫 번째 손가락이 수화를 시작한다

때로는 조급하게 때로는 다른 요일처럼

 

손끝에서 피어나는 눈부신 말들

 

잠시 꽃잎에서 멀어진

우리들의 눈빛은 서로를 향해

두 번째 말인 것처럼 앞서서 부서지고 있다

 

조금씩 망설이다

다음 말들은 어디까지 날아가서

누구의 마음속에 다시 또 불을 지피나

 

봄날은 한정 없고

피었다 지는 것도 모두 절규인데

 

 

 

     생존본능

 

 

어둠이 단단한 뼛속을 걸어서 온다

어떤 힘센 이의 본능으로도 부러뜨릴 수 없는 밤을 지나

 

뻔하지 않게, 뻔뻔하지 않게

생존을 뿌리내리면서

 

무서워서가 아니라 발설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먼저 짖어보는 개의 심정으로

 

어둠이 어둠을 삼킨다

목숨을 건다는 건 캄캄한 어둠속을 뚫고 나오는 일




* 우리시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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