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안부 / 주선화

주선화 2019. 9. 5. 09:36

안부 (경기신문)

주선화

 

 

당신, 맞지 않는 마음을 입고 있나요?

구겨져 버린 심장을 날 선 칼같이 세우고 싶은가요?

 

산사자나무 갈기를 상상해보세요

푸른 호랑가시나무는 어때요

 

한 마음이 다음 마음에게로 옮겨가는 일에도 예의는 있어야죠

정중한 로즈마리, 아니면 페파민트 눈물로

배웅해드리면 어떨까요?

 

어떤 향기여야 내 마음마저 사로잡힐까요?

오늘은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일이 제일 어렵다는 걸

 

당신, 잘 사시나요?

 

 

****

날 선 칼같이 세우고 사는 마음, 사자처럼 용맹하려고만 하는 마음, 호랑가시처럼 뾰족하게 누군가를 향해 찌르려고만 하는 마음을 옮겨 로즈마리나 페파민트향이 짙게 나는 마음으로 바꾸는 일이 어디 쉬운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어려운 이 질문에 시인은 명쾌하게 답을 던진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된다. 하지만 이런 가장 평범한 삶이 제일 어렵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잘 먹기 위해서는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견뎌야 하나. 잘 싸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는데 한두 군데 병을 갖고 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잘 자려면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걱정거리가 생기면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았다가 부수는 고민이 쉽게 해결된다면 세상 삼라만상에 무슨 근심이 있을까.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렵고, 가장 쉬운 일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잘 사는 법이다.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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