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폐차장/ 주선화

주선화 2019. 12. 9. 11:22

폐차장

 

 

차 위에 차가 와서 멈춘다.

길을 기억하는 몸으로 산이 되고 있다

무수한 부품들이 녹슬어 다시 흙이 되고 있다

 

평생 단 한 번도 차를 가져보지 못한 아버지가

평생 단 한 번도 세상 밖으로 걸어가 보지 못한 아버지가

나에게서 가장 멀리 떠났다

 

아버지의 걸음과 세상의 속력은

늘 반발씩 어긋나 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아버지의 발뒤꿈치에는 결코 떼버릴 수 없는

세상 가장 무거운 내가 붙잡고 있어

아버지는 아버지의 속력을 잊어버렸다

 

아버지에게서 빼앗은 속도로

나는 세상 모든 길을 달려왔다

 

모든 속력을 버린 차들이

가만히 편안하다



* 경남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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