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밤으로 갈까
-김휼
이 골목의 밤은 미완의 사랑 같다
어슬렁거리는 그리움과 내일을 맞대 보는 청춘들의 객기,
접시만 한 꽃을 피워 들고 저녁을 달래는 담장, 그 아래
코를 박은 강아지의 지린내까지
어둠에 물드는 것들을 간섭하느라
거북목이 되는 중이지만 난 괜찮다
홀로 선 사람은 다정을 기둥으로 대신하는 법이라서
담보 없는 빈 방과 함석집 고양이의 울음까지 시시콜콜
알려 주는 이 골목의 살가움이 좋다
붙박이로 있다 보니 사고가 경직될까 봐
나도 가끔 어둠에 잠겨 사유에 들곤 한다
진리는 항상 굽은 곳에 있다
비탈을 살아내는 이 기울기는 너의 밤으로 가기 좋은 각도
퇴행을 앓는 발목에 녹물이 들겠지만
굽어살피는 신의 자세를 유지한다
깊숙이 떠나간 너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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