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이 핀 꽃
- 정선희
엄마는 금기어였다
금기어를 키우지 못해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녀의 손이 목련 비늘처럼 떨어졌다
새는 남쪽 나라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목에 걸린 가시를 밥과 함께 꿀꺽
거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울지 않는 아이의 눈꼬리는 길다
한글보다 눈치를 더 빨리 깨친다
엄마 없는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잘 숨기고 틀키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오랫동안 무언가 목에 걸려
물을 마시고 기침을 해도 내려가지 않는다
말을 할 때마다 캑캑거렸다
의사가 매핵기라고 해서
잔기침을 쏟았다
삼켜지지 않는 말들을 울대에 붙은 채 살고 있나요?
매화꽃 피면 탐스런 매실과 함께
엄마라는 시큼한 금기어도 주렁주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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