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눈치 없이 핀 꽃 / 정선희

주선화 2024. 11. 22. 08:12

눈치 없이 핀 꽃

 

- 정선희

 

 

엄마는 금기어였다

 

금기어를 키우지 못해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녀의 손이 목련 비늘처럼 떨어졌다

 

새는 남쪽 나라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목에 걸린 가시를 밥과 함께 꿀꺽

거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울지 않는 아이의 눈꼬리는 길다

한글보다 눈치를 더 빨리 깨친다

 

엄마 없는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잘 숨기고 틀키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오랫동안 무언가 목에 걸려

물을 마시고 기침을 해도 내려가지 않는다

말을 할 때마다 캑캑거렸다

 

의사가 매핵기라고 해서

잔기침을 쏟았다

삼켜지지 않는 말들을 울대에 붙은 채 살고 있나요?

 

매화꽃 피면 탐스런 매실과 함께

엄마라는 시큼한 금기어도 주렁주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