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주선화 시詩 / 주선화 나는 자만을 버리려 한다 나는 아니겠지 나만은 아니겠지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 시에게 물리고서야 알았다 나는 너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하루 종일 굶었다던가, 아니면 사나흘 굶었다던가, 굶주림으로 가득한 너에게 팔도 다리도 몸도 모두 생선이었을 것이다 너의 예.. 발표작품 2016.06.27
수국꽃 한 덩이 피어오를 때 / 주선화 수국꽃 한 덩이 피어오를 때 / 주선화 두더지가 땅을 파면 아득한 방이 나올까 절룩절룩 내려가는 길이 위태롭다 저녁 5시면 숨어버리는 계단 한낮인데도 빛이라곤 없는 방 하루 종일 형광등불빛에 몸을 움직이고 불빛이 사라진 곳은 쥐들의 세상이다 몇 달 전에 들것에 실려 나가버린 타.. 발표작품 2015.11.14
허벙다리 외 1편 / 주선화 허벙다리 / 주선화 앉아서 죽은 스님은 많아도 거꾸로 서서 죽은 스님은 없다는 말에 물구나무서서 죽은 등운동 선사는 "죽어서도 사람을 속이냐" 누이의 한마디에 시신을 단숨에 무너뜨려 다비식을 올렸듯 삶이 다 가짜라고 거꾸로 서면 헛것이 보인다고 아이와 아빠가 다리 난간 위에 .. 발표작품 2015.09.08
개비리길에 들다 / 주선화 개비리길에 들다 한 입 베어 먹다 깜짝 놀란 하늘이 아 퉤퉤, 하고 뱉어낸 연초록의 물결이 개비리 길에 있다 사부자기 걷다보니 절벽이요 하늘바라기로 우두커니 서서 초록 강에 갇힌다 민얼굴 같은 영아지에 앉아 으름이 타고 오르는 푸른 길을 본다 백화등이 꽃을 물고 졸방제비가 가.. 발표작품 2015.01.08
제비꽃 / 주선화 마산문학 연간집 2014년 제비꽃 / 주선화 시멘트 바닥에 푸릇푸릇 새싹 돋아니더니 따뜻한 봄날 보라제비꽃 피었다 붉은 글씨로 철거날짜 통보받은 담벼락 아는지 모르는지, 꽃 피웠다 슬레이트 지붕위로 제비 앉았다 가고 골목 안 느티나무 올해도 새순 나와 파르파르 바람이 불 때마다 .. 발표작품 2014.12.26
오적어 / 주선화 불교문예 2014년 겨울호 오적어(烏賊魚) / 주선화 1 흑점으로 펼쳐진 바다 까마귀가 읽는다 하늘이 바다 바다가 하늘인 줄 알았다 차고 오르면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흔들어 대는 건 바람인데 나는 건 까마귀다 숨차게 퍼드득 하늘로 치켜 오르더니 땅으로 뚝, 날개는 없었다 제 먹물 뒤집어.. 발표작품 2014.12.22
우포의 아침 / 주선화 경남문학 109 겨울호 우포의 아침 / 주선화 갑사 입은 여인이 청동거울을 들고 웃고 있네 홍 조 띤 귓볼 따라 헤실헤실 웃으며 살며시 걸어 나 오는데 진흙탕의 백련 봉우리가 막 피어오르는 듯 환해지는데 온통 환해지는데 둥둥 북소리 새떼 구 름 자북이 내려앉아 사락거리며 옷자락 쓸.. 발표작품 2014.12.22
나비, 문주란 / 주선화 우리 詩 2014년 11월호 발표 나비 / 주선화 배꼽 아래로 하늘을 보고 있다 몽실몽실 피어난 구름이 배꼽에 모여 차오르자 티벳의 성지가 더욱 가까이 보인다 펄럭거리던 룽다 성스럽게 읇조리던 새의 문자, 저절로 몸을 세우고 야크를 쓰다듬던 손길은 허공을 타고 오른다 새들도 들기 .. 발표작품 2014.12.14
경남일보 계단 계산 (주선화 시인) 2013.11.11 00:00 입력 글자크기 | 후미진 시장 뒷골목 어머니 굴을 잡는다 두드려도 때려도 벌리지 않는 입을 쩌억 벌리게 하는 힘은 굽은 등과 한쪽 다리를 접고 앉은 팔의 힘이다 쉬가 마려운 어머니 일어나신다 걸어가시는 모습이 ㄱ자시다 낫 놓고 ㄱ자 모른다 하신다 .. 발표작품 2014.01.05
경남문학 104호 경남문협 ‘경남문학 104호’ 발간 이달균 시인 집중조명… 회원 신작 60여편 실어 기사입력 : 2013-10-25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경남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경남문학 2013 여름호(104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에서는 이달균 시인을 집중 조명했다. 시인의 대표작과 신작을 소개하며, 최영철.. 발표작품 201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