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작 문학상 무논에 백일홍을 심다 / 장옥관 무논에다 나무를 심은 건 올 봄의 일이다. 벼가 자라야 할 논에 나무를 심다니, 아버지가 아시면 크게 혼이 날 일이다. 수백 년 도작搯作한 논에 나무를 심으면서도 아버지와 한마디 의논 없었던 건 분명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도 장남인 내게 일.. 문학상 2015.12.31
2014년 올해의 좋은시 시골 창녀 / 김이듬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생은 없었단다 백정이나 노비, 상인 출신도 없는 사대부 선비 집안이었다며 아버지는 족.. 문학상 2014.04.21
2011년 소월시 문학상 복사꽃 아래 천년 / 배한봉 봄날 나무 아래 벗어둔 신발 속에 꽃잎이 쌓였다. 쌓인 꽃잎 속에서 꽃 먹은 어린 여자아이가 걸어나오고, 머 리에 하얀 명주수건 두른 젊은 어머니가 걸어나오고, 허리 꼬 부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도 없이 걸어나왔다. 봄날 꽃나무에 기댄 파란 하늘이 .. 문학상 2011.12.16
시와창작 문학상 9회 [2011 제9회 시와창작 문학상 시 당선작] 김현욱 / 이글루 외 9편 이글루 포스코 사거리 한 귀퉁이에 이글루가 들어섰다 북극곰의 어금니로 말뚝 박고 푸르뎅뎅한 얼음천막으로 서슬 퍼런 집 이마에 검은 띠 두른 에스키모인이 결가부좌로 들어앉아 있다 불의 경계 밖으로 쫓겨나면 누구나 날고기를 먹.. 문학상 2011.08.31
여성조선 3회 문학상 수상작 순장자들의 눈을 보았는가 / 금시아 꽃한송이 없는 누런 상여들이 느린 걸음으로 능선을 오른다 얼어붙은 햇살의 속울음이 길게 줄을 잇고 이곳저곳에서 나선 만장의 대열은 그저 커다란 눈만 껌벅거릴 뿐 적막이 느리게 느리게 뒤를 따른다 작은 모습으로 시작한 폭군의 바이러스는 거대했다 폭군이.. 문학상 2011.06.26
동서커피 금상 택배를 출항시키다 / 오희옥 통영에서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종이 박스 모서리를 뚫고 출렁, 마룻바닥으로 쏟아졌다 멀미가 났을 것이다 해풍에 이마주름 말리시는 아버지 유자나무 열매에서도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내가 질색하며 뱉어버린 바다 토악질을 해도 늙지 않았다 해초.. 문학상 2010.11.30
천강문학상 수상작 토구 / 박은영 나는 삽 한 자루를 가지고 부화했다 땅을 팔 때마다 부하게 일어나는 흙먼지 배냇짓을 잊어버리고 땅파기에 열중한다 밤늦도록 땅을 파며 놀던 나의 멱살을 쥔 아버지처럼 손아귀 힘이 강해진다 파도 파도 배고픈 날들 밥그릇 수만큼 삽은 커다래지고 손톱은 딱딱해져 삽날에 찍혀도 흠.. 문학상 2010.09.15
김달진 문학상 / 홍신선 또다시 고향에서 - 홍신선 골조들만 서 있는 저 널 속에 무엇을 쟁여 넣나 꼭 오십 몇 년 만에 모천 회귀한 나는 산란하듯 새로운 시간들을 저 속에 묻어야 하나 자본의 대형 토네이도들이 구겨진 폐지들처럼 생가와 조부 묘소, 누대의 가산들을 송두리째 빨아 올려 간, 아틀란티스 대륙처럼 무참하게 .. 문학상 2010.05.28
2009 천강문학상 제1회 천강문학상 대상(시, 시조 부문) 물풀 백 점 례 불볕 터진 들녘 너머 풀떨기 못물 아래 따라지들 몰려들어 스크럼을 짜고 있다 물길이 빠져 나가다 멱살 잡혀 누워있다 골풀의 부추김에 울컥 솟은 부들이며 핏줄 푸른 마름곁에 웃자란 생이가래 한 평생 반듯한 자리 올라설 수 없었다 부푸는 소문.. 문학상 2009.10.12
2009년 토지문학상 물 한 모금 / 김영 해수욕장 폐장하는 날 비가 내렸다 내 모래 무덤에도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봉분을 찔러댔지만 뜨거운 모래 속의 알몸은 안전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메마른 대지에 퍼붓는 욕지거리 메우지 못한 웅덩이마다 욕창이 덧나고 푸른 상처가 너덜거리는 바다엔 발굴되어 허물.. 문학상 200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