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미당 문학상 수상작 기하학적인 삶 / 김언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아루고 양쪽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인격을 좋아한다. 피부가 만들어 내.. 문학상 2009.09.24
수주 문학상 2009년 한 권의 책 / 이경희 (대상) 첫 페이지를 열면 당신의 중심이 일제히 긴장하는 게 보여요 단서들을 지우고 싶을 거예요 제 눈에 찔리는 것보다 무서운 가시란 없으니까요 문장은 자꾸 숨고 싶어요 그 때 짐짓 당신은 지워지는 척 흐릿하게 보일 거예요 힌트가 늘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지향으로만 찾아.. 문학상 2009.09.17
문학사상 2009 상반기 신인상 달콤한 문 / 손미 초희 楚姬* 붉게 터진 네 아기를 찾으러 갈 시간 너는 맨몸으로 딱딱한 무덤을 나와 우주에 떠 있는 고아원으로 가자 측백나무 가지가 길게 삐져나온 별 하나를 찾자 언젠가 지나오는 길에 노란 손수건을 매어둔 것 같은 나무가 있다 스물일곱 송이 꽃이 폈고 비로소 우리는 가장 아픈.. 문학상 2009.09.04
2009 문학동네 신인상 탁탁탁 / 이선욱 그러니까, 가문 벌판이었다 저녁이면 한 무리의 염소들은 그늘로 떠났고 목동의 손만 홀로 남아 벌판 한가운데 놓인 탁자에서 타자를 쳤다 타자를 쳤다 캄캄한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솔가지 타는 소리가 허공에 퍼졌고 타자기에선 부서진 사막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다 닳은 잉크처럼 .. 문학상 2009.08.28
2009 문학수첩 신인상 시 쓰는 남자 / 박소란 노트 위에 평생을 골몰했네 힘겹게 써 내려간 다열종대의 행과 행 사이에서 그는 자주 길을 잃었네 어쩌면 마흔 일곱 혹은 여덟 번째로 향하는 급커버에서는 펜을 꺾었어야 했는지도 돌연 야근이 끝나고 돌아갈 곳이 떠오르지 않던 부랑의 밤 어둠 쪽으로 한껏 몸을 낮춘 옥상 .. 문학상 2009.08.28
역대 미당 문학상 작품들 제 1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2001년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 문학상 2009.08.20
2009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작 폭설 / 위선환 몸속에 가시뼈를 키우는 물고기가 자라나는 가시뼈에 속살이 찔리는 첫 째 풍경 속에서는 몸속에 두 귀를 묻어버린 물고기의 몸속보다 깊은 적막을, 적막하므로 무한한 그 깊이를 누가 내 이름이라 지어 불렀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눈 뜨고 처음 내다본 앞 바다에 희끗희끗 눈발.. 문학상 2009.07.29
가슴이 환한 고동 외에는 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박형준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 봄 저녁 나는 바람 냄새 나는 머리칼 거리를 질주하는 짐승 짐승 속에 살아 있는 영혼 그늘 속에서 피우는 회양목의 작은 노란 꽃망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 문학상 2009.05.15
제1회 여성조선 시 문학상 대상 젖다 / 신소라 시닥나무 잎이 물속으로 낙화하며 동그랗게 파문을 내며 붉어진 꿈처럼 젖는다. 젖꼭지의 돌기가 멈추고 꽃 속의 꽃이 오랜 시간 간구해 온 나뭇잎이 나뭇잎을 만지듯 풀이 풀의 어깨에 기대오듯 햇발에 바르르 불붙은 푸른 물줄기는 마르지 않아 밤낮 없는 머구리배 소리로 퉁퉁.. 문학상 2009.05.12
제 8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제8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가을 / 송찬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 문학상 2008.09.20